졸전 끝의 패배.

이보다 이 경기를 잘 표현할 말이 있을까.

2006 독일 월드컵 최종 예선 최종전, 홈경기에 승패는 관계없이 본선 진출은 확정된 상태에서의 경기였다. 우연히 고속버스에서 틀어줘서 보게된 경기였지만, 끝까지 보고난 직후의 반응은 눈을 찌푸리는 것 외에는 없었다.
난 개인적으로 경질론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본프레레를 옹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그의 숨은 노력이 있을지 어떻게 알겠는가.
하지만 17일 사우디전은 졸전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경기 운영이었다.

현대 축구의 흐름은 '공간' 축구다.
상대팀의 빈 자리, 즉 공간을 만들어 침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툭하면 해설자들이 입에 담는 '공간'이라는 단어. 그만큼 요새 축구의 흐름에 있어 중요하다는 의미라하겠다.

공간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개개인의 능력에 따른 공간의 확보, 즉 개인기다. 선수 각자의 재주로 상대를 제쳐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기라는 것은 당장 우리 대표팀에게 요구해도 어떻게 될 문제도 아니고, 급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방법은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공간 확보다. 빠른 움직임을 기반으로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어 일순간의 공간을 점하는 것. 이쪽은 주로 공격수들에게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해설자들이 자주 말하는 '공격수 뒷쪽으로……'하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만화의 이야기를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휘슬>의 카자마츠리 쇼우- 같은 느낌이랄까)

앞서 말한 두 가지는 개개인이 각자 주변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 방법이다. 하지만 축구는 팀플레이,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팀플레이에 의해 공간을 만드는 것은 또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한 가지는 과거 히딩크가 보여줬던 압박 축구다. 흔히 들을 수 있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이 그것이다. 압박 축구는 공간을 만든다기보다는 상대의 공간을 빼앗아 이편의 공간이 늘어난 것 같은 효과를 얻는 축구다. 중요한 것은 상대적인 공간의 확보, 라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는 이 방법으로 많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하지만 당장 본프레레 호의 축구는 압박 축구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 우리 대표팀의 모습.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냐-라고 묻고 싶다.
2002년 월드컵 때를 제외한, 예전의 모습과 닮지 않았느냐고.

주변에 공이 없으면 '걷는' 선수.
좁은 지역에서 '발버둥' 패스를 거듭하다 빼앗기는 플레이.
패스를 '기다려서' 받는 선수.

언제나 이래왔다. 축구에서 중요한 것이 '공간'이라면, 그 공간은 '움직여야' 만들어진다. 가만히 걷고 있는데 공간이 만들어질리가 없다.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걷는 것은 안된다. '꾸준히'라도 움직여야하는 것이다.
비단 공격수만이 아니라, 팀 전체가 끊임없이 움직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공격수는 위협적인 움직임과 공간 침투, 스피드를 이용해서 자신이 공을 잡지 못하더라도 수비수를 최대한 유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한 명이라도 많은 수비를 유인(?)한다면, 다른 누군가는 그만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미드필더는 좁은 지역에서 갑갑한 패스를 할 것이 아니라 넓은 시야를 가져야한다. (이또한 말은 쉽고 실천이 어렵기는 하지만) 그리고 공격수의 움직임에 맞춰 생기는 빈 공간을 효과적으로 뚫어줘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대표팀에 필요한 것은, 적절한 스피드와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공간을 만드는 축구다.
Posted by Min。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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