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2006/05/18 15:44 from Days/일상
어릴 때에는 참 말이 많았다.
재잘재잘, 남자애치고는 잘도 떠들었다. 툭하면 아버지께 들었던 소리가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라는 얘기였으니, 수다스럽다는 표현이 잘 어울렸었던 듯도 싶다. 옛말 중에 틀린 말 없다고, 실제로 말이 많으면 말실수도 잦아지고, 안 해도 될 일을 얘기하고 해선 안 될 일을 얘기하고 하는둥 실수가 참 많았다. (그래서 욕도 많이 먹고-_-)

말이 많아 잃은 것이 많았기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말을 잘 안하게 되었다.
요새 누군가를 만나면(오프라인) 자주 듣는 얘기가 몇 가지 있다.

"얘기를 잘 들어준다."
"네 얘기는 거의 안한다."

어머니께도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들어온 이야기가 있다. 집에서조차 조용히, 학교 얘기도, 내 얘기도, 친구들의 얘기도─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네 얘기도 좀 하렴."

특별히 말을 아끼려고 의도한 것은 아닌데, 중간을 잘 잡지 못하는 성격 탓인지 말수를 줄이려다보니 말이 없어져버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랄까. 처음에는 말을 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안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못하는 것에 가깝다. 막상 얘기를 하려고해도 워낙 내 얘길 안하다보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알 수 없다고 해야하나.

말이 적어서 그다지 나쁠 것은 없다.
없다고 생각한다. 없다고 생각했─다.

공익생활을 하면서, 특히 행정직으로 보직 변경을 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었다. 역에 있을 때와는 달리 잡담을 걸어오는 사람이 많고, 응대를 해야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말수가 적어진 것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말이 없는 사람에게 말을 안 건다, 라는 경우면 상관이 없을 테지만.. 아쉽게도 나는 '잘 들어준다'라는 평과 '만만해보인다'라는 평을 듣는 스타일이라..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수십 번, 불편한 침묵을 경험한다. (자기 얘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경우는 사무실에서는 드물다. 그런 건 주로 상담이나 술자리=_=;)
심─각하게 불편하다. OTL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말이 많은 편이고, 대응도 빠른 편이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괴리가 크다. 온라인에서라면 쉽사리 대응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을 타이밍에, 뻘쭘뻘쭘, 말 고르기 바쁘다.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에게도 문제가 있다라는 사실을 인식한다. (사람이 대화없이 살 수도 없는 것이고)

하아, 어째야할까나. 'ㅁ')z
Posted by Min。 트랙백 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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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kazz 2006/05/19 14:47

    그 정도로 심했었나.ㅡ.ㅡ?;; 잘 기억이 안나긴 하지만.. 여튼, 난 좀 적어졌으면 좋겟는데.;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MinsMean.net BlogIcon Min。 2006/06/07 15:26

      그 모임은 그래도 내가 좀 말을 하는 편.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omegabass.egloos.com BlogIcon OmegaBass 2006/05/20 20:49

    저도 비슷한 계기로 말을 잃어갔..ㅠ_ㅠ
    그래도 저번에 뵈었을 때는 말 없는 분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MinsMean.net BlogIcon Min。 2006/06/07 15:26

      그니까, 그 모임은 그래도 말을 좀 하는 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