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하게도 온라인 게임을 할 때, 나는 만렙을 찍는 경우가 드물다. 아니, 없다. 초창기(?) 텍스트 머드에서부터 꽤 많은 온라인 게임을 해왔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만렙을 찍은 경우가 없다. 거의 만렙에 가깝게 플레이 해놓고, 마지막 순간에 항상 주춤거리다가 그만둬버린다.
한창 게임을 하다가 마지막 부분에 지쳐버린다는 느낌...이었다고 생각한다. 짐승짓에 지쳐서 그만둔 것도 있었고, RL 사정상 그만둔 적도 있었다. 그저 나도 모르게 한순간에 재미를 잃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이유야 어떻든, 항상 나는 그 끝을 보지 못하고 관두곤 했었다. (단지 끈기가 없는 건가;)
EQ2를 시작한 것이 1월. 그리고 지금 시간은 여름이 다가오는 6월이다. 달 수로 6 개월, 실제로 5 개월 째. 짐승의 궁극(...)인 나로서는 꽤나 오래 플레이해왔다. 퀘스트 위주로 플레이하다보니 아무래도 평상시보다는 덜 짐승이 된 탓도 있고, 다같이 즐기는 편이 좋았기에 조금 천천히 했다-는 느낌도 약간은 있다.
수많은 퀘스트를 하는 것도 즐거웠고, 낄낄거리면서 수다를 떠는 것도 즐거웠다. 작은 삽질에서부터 큰 삽질까지, 머리를 부여잡고 절규하기도 했지만 다 즐거웠다.
이제 거의 만렙을 바라보고 있고, 여태까지의 플레이 패턴이라면 7월이 되기 전에 만렙을 찍을 것은 확실해 보였다.
만렙이 다가오기 때문일까?
지난 사흘 정도, 잠시 지쳤었다. (...짧은 기간이지만-_-a) 플레이를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접속한 상태로도 어쩐지 맥이 풀려 있었다. 짐승짓(...)에도 지치고, 어떤 의미로는 만렙이 되는 것이 싫었다. (...) RL 사정이 머리가 아픈 것도 이유고, 감정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머리도 혼란스럽고. 그래서 막말로 한 한달 정도 쉬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평소와 달리 접어버리지 않고 쉬겠다라는 생각을 한 이유는 EQ2가, 그리고 ZH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리라)
지난 사흘 정도는 마음이 지쳤던 탓인지 게임에 대한 금단 현상도 그다지 심하지 않았고, 그 직전 일주일 정도 내가 했던 일들을 돌이켜보니 그 약간의 금단 현상마저 희미해져버렸다. (말타고 걸어다니면서 노라쓰 전역을 돌아다녔다;)
이제 잠시 쉬어야하는 것이 아닐까. 만렙이 저 앞에 보이기는 하지만, 1차 고지(?)가 저 앞에 보이기는 하지만…… 보인다고 해서 쉬지 말란 법은 없지 않나? 목표가 보이는 지점에서 쉬어가며 바람 쐬는 것도 좋지 않겠어?
이런 생각들을 하며, 고민을 하고 있었다.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어젯밤, ZH에서 독자적으로 CH 레이드를 쓸고왔다는 ZH늬우스(...)를 읽었다.
일거에 고민을 날려주신, 그런 글이 올라왔다.
그 소식을 들으며 느낀 감정은 "우앗, 나 빼놓고오!" 였다. 물론 내가 빠진 것이지만, 동참하지 못했다는 게 상당히 아쉬웠다. 억울했다. (...) 갑자기 EQ가 하고 싶어졌다. (;;)
만렙을 노리고 걷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었다. 지난 며칠동안 고민했던 것은, 내 앞에 놓인 선택이 만렙을 향해 달리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목표(인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가 코앞에 보이고 있으니, 저길 향해 가야해! 라는 압박감이 나도 모르게 날 짓누르고 있었나보다. 편한 마음으로 즐기면(여태까지도 즐겨왔지만) 되는 것이었다. 그게 해답이었다. =)
그래서, 한달간의 휴식같은 건 집어치우고, 다시 노라쓰로 돌아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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