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
-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미리니름이 완비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여주인공 필라의 독백조로 시작한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으로, 그녀가 느끼는 고통과 그리움, 그것들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이 소설은 그 서막을 연다.
우리는 이 소설에서 세 가지 사랑을 발견한다.
그의 사랑, 그녀의 사랑, 그리고 그 분(그/그녀)의 사랑.
이 중, 그 분의 사랑-즉 신앙-에 대해서는 그냥 넘기도록 한다. 그에 대해서 얘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신앙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감히 입에 올릴 수 없으므로.
그의 사랑은, 진실한 사랑에서 시작한다. 어린 시절의 사랑에서 시작하여 항상 그와 함께 해온 그의 사랑은, 어디에나 존재하시는 그 분을 찾아 그 분 안에서 함께 지내던 바로 그 순간에-신앙 속에 자신을 맡긴 후에- 그를 일깨운다. 그렇게 해서 그는 자신 속에 감춰져있던 그녀를 향한 진실한 사랑을 되찾고, 그녀를 다시 만난다.
『우리는 호텔 방에 짐을 옮겨두고 강연회가 열리는 장소까지 내려왔다. 그런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카페에 앉아 기다려야 했다.
"네게 주고 싶은 것이 있어."
그가 조그만 붉은 주머니를 건네며 말했다.
주머니 속에는 오래되어 녹이 슨 메달이 들어 있었다. 한쪽 면에는 자비로운 성모가, 다른 면에는 예수의 성심(聖心)이 새겨져 있었다.
"그거 네거야."
내가 놀라는 걸 알아채고 그가 말했다.
마음 속에서 다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이던가, 지금처럼 가을이었지. 우리가 열 살 때였을 거야. 너와 함께 커다란 참나무가 있는 광장에 앉아 있었어. 나는 네게 뭔가를 말하려고 했었지. 몇 주 동안 계속 연습했던 말이었어. 하지만 내가 말을 막 시작하자마자, 네가 메달을 잃어버렸다고했어. 산사투리오의 작은 예배당에서 말야. 넌 나한테 거기 가서 메달을 찾아봐줄 수 있느냐고 물었어."
기억이 났다. 세상에! 기억이 났다......
"난 메달을 찾았어. 하지만 광장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오랫동안 연습했던 그 말을 할 용기가 사라졌지. 그래서 나 자신과 약속했어. 내가 그걸 완전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 때 네게 메달을 돌려주겠다고. 거의 이십 년 전 일이야. 오랫동안 잊으려고 했지만, 그 문장은 늘 그곳에 있었어. 그 문장을 속에 담고는 더이상 살 수가 없어."
그는 들고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오랫동안 천장을 올려보았다.
"아주 짧은 문장이야."
그는 이윽고 나를 바라보았다.
"사랑해."(p51:7~p52:끝)』
그는 그녀를 찾아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그 자신 속에 존재해온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 자신의 언어-신앙 속에서 찾은-로 그녀에게 사랑과 신에 대해 말한다. 이는 그 스스로 택한 자신의 길, <사랑을 찾는 사람의 길>을 가는 과정이다.
그녀의 사랑은, 진실된 사랑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한다. 그녀 자신의 내면에는 타인이 잠들어 있다. '자신 안의 타인'은, 쉽게 말하면 수많은 자신의 모습 중에서 진실된 자신-자아와 유사한 개념-을 찾는 것을 방해하는 소설에 있어서의 반동 인물과 유사한 개념이다. 내면의 타인은, 진실된 꿈을 향하는 것을 방해하고 스스로를 현실 속에 안주케한다. 그녀의 사랑은 이러한 그녀 자신 안의 타인에게서부터 해방되어 이를 몰아내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 일련의 과정을 따라 그녀의 사랑은 변화하는 것이다. 그를 다시 만난 그 첫 순간부터 그녀의 진심은 그를 사랑하고 있고, 그의 곁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 안의 타인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사랑을 불신케하고, 방해한다.
『'바보! 세상에 사랑보다 더 깊은 건 없어. 공주가 개구리에게 키스를 해서 개구리가 멋진 왕자로 변하는 것은 동화 속 얘기일 뿐이야. 현실 속에서는 공주가 키스하는 순간 왕자는 개구리로 변해버리고말아.'(p73:4~끝)』
그녀는 진실한 사랑을 믿지 않는다.
『"나도 알아. 난 사랑을 해봤어. 그건 마약과도 같아. 처음엔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든 걸 바치는 것에 행복을 느끼지. 하지만 다음날이면 그보다 더 많은 걸 바라게 돼. 여기까지는 아직 중독 상태라고 할 수 없어. 그 감정을 즐기는 정도지. 여전히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말야. 처음에는 이 분 동안 그 사람을 생각하고, 세 시간동안 잊고 있지. 하지만 차츰 그 사람에게 익숙해져서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 세 시간 생각하고 이 분 동안 잊는 거야. 곁에 없으면 마약 중독자처럼 불안해지지. 그래서 중독자들처럼 필요한 약을 얻기 위해 도둑질을 하고 스스로를 굴욕감에 빠지게 만드는 행동을 하게 돼.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하게 되는 거야."
"그건 너무 끔찍한 비유야!"
그가 소리쳤다. 정말이지 끔찍한 비유였다. 중세풍의 집들에 둘러싸인 광장과 샘과 포도주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하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만일 그가 사랑을 위해 그토록 많은 일들을 하려 든다면, 그가 감수해야 할 위험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곁에 가까이 머물 수 있는 사람만을 사랑해야 해."
나의 결론이었다.(p99)』
하지만, 사랑을 부정하던 그녀는 그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점차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그의 진실한 말들이 그녀 안의 타인을 조금씩 몰아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와 함께한지 닷새째 되는 날, 어린 날의 그녀 속에 존재했던 진실한 사랑이, 아직도 그녀 안에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 안의 타인이 지어놓았던 안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거짓은 이 순간 깨어진다. 그리고 그녀의 영혼은 사랑으로 가득차 넘쳐 흐르기 시작한다.
『나흘 동안, 나는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결국 내 안의 다른 사람을 절망에 빠뜨렸다. 내 영혼의 가장 깊숙한 구석에는 여전히 진짜 내가 존재했고, 나는 아직도 꿈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내 안의 다른 사람이 뭐라 말을 꺼내기도전에, 나는 그와 함께 달리기로 결심했다. 내 안의 다른 사람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나는 그와의 여행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가져올 위험까지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내 안의 아죽 작은 부분이 여전히 살아 있었기 때문에, 나를 찾아 사방을 헤메던 사랑이 결국 나를 찾아냈다. 사랑은 내 안의 다른 사람이 사라고사의 조용한 거리에 지어놓았던 편견과 아집과 교과서라는 새장을 부수고 나를 발견했던 것이다.
나는 창문과 함께 내 마음도 열었다. 햇살이 방 안으로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내 영혼은 사랑으로 범람하고 있었다.(p125:13:~p126:끝)』
하지만, 진실된 사랑을 되찾은 것에서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그녀를 불안케하고, 다시금 그녀 안의 타인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도 있는 위기들이 찾아온다. 바로 그 첫번째가 그가 신학교에 들어갔고, 아직도 그에 소속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두 영혼이 하나의 운명으로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신학교'와, '사라고사-그녀 안의 타인이 만든 현실에의 안주로, 고향에서의 평범한 삶-'이다.
둘은 대화를 한다. 이 위기에 맞서기 위해, 그녀는 두려움을 떨쳐내달라고 기도하고 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는 얘기한다. 그녀를 잊기 위해 모든 이를 향한 사랑-신앙, 그리고 자비-을 갈구한 것과, 그녀에 대한 사랑을 되찾게 된 계기들에 대하여. 그리고 이 과정이 바로 이들 둘이 첫번째 파도를 넘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첫 시련과 진실한 사랑을 다시 찾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의심한다. 기적을 행하는 그의 모습과 그에게 기적을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질투를 느끼면서, 그녀는 '그의 소명이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니고, 신학교 안에서 다시 모든 이를 위한 사랑을 베푸는 것이라면?'이라고 의심한다. 그리고 기도를 하며, 신앙의 기적의 일부를 체험하며, 자신의 이기심을 반성하고 신앙을 되찾기 시작한다.
그 후에 그녀는 잠시 그가 수도원에 간 사이 그의 스승인 원장 신부를 만나게 되는데, 이들 간의 대화는 굉장히 사랑의 신앙적인 측면이 부각되어 있다. 원장 신부와의 대화 도중, 그녀는 그에게 항의하기도 하고, 그의 말을 부정하기도하고, 또한 선택의 순간에 도망쳐버리는 둥, 굉장히 정리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선택을 앞에 두고 두려움에 빠져버리는 전형적인 예로, 누구나 범할 수 있는 실수다. 그녀의 훌륭한 점은, 바로 그 직후 자신의 신앙을 돌려달라는 것과 그와 '함께 나아가는-구도자로서의 그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사랑'을 하게 해달라는 기도에 있다.
다시 만난 그들 둘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그녀는 그와 함께 하며 앞으로의 모든 일-그와 함께 할-들에 감사하고, 자신이 그의 길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녀가 그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되찾고, 그와 함께 나아갈 방향에 대한 결론에 도달했을 무렵, 그는 혼란에 휩싸인다. 그가 받은 치유의 은사와 그 소명, 그리고 그녀에 대한 사랑에 대하여 고뇌하고 또 고뇌한다. 그리고… 부정한다.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계속해서 구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전략)나는 그의 말을 중단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듣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어제, 나는 성모님의 기적을 갈구했어. 그분에게 내 은사를 거두어달라고 빌었어."
나는 내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난 약간의 돈도 있고, 여행을 다니는 동안 다양한 경험도 쌓았어. 집 한 채는 살 수 있을 거야. 난 직장을 얻을 테고, 성모 마리아의 남편 요셉처럼 익명으로 남아 겸손하게 하느님을 섬길 수 있을거야. 믿음을 지키기 위해 더이상의 기적은 내게 필요치 않아. 내게 필요한 건 너야."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까무러칠 것 같았다.
"내가 성모님께 내 은사를 거두어가달라고 비는 순간, 어떤 목소리가 내게 말했어. '네 손을 대지 위에 얹어라. 네 은사가 너에게서 빠져나가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리라.'"
나는 공포에 질렸다.(…후략)(p262:20~p263:12)』
그녀가 희망적 결론에 도달한 시점과 그가 신앙과 사랑의 양립을 부정한 시점은 거의 동일한 시점이다. 그리고 이 시점이 가장 큰 위기이다.
그녀는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어떻게 떠나왔는지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그의 곁을 떠난다. 그리고 차디찬 바닥에서 죽을뻔한 순간을 넘기고 피에트라 강가의 수도원에 머물며, 매일매일 피에트라 강가에 앉아 글을 썼다. 그리고 그녀의 글쓰기가 끝나갈 무렵, 며칠간 그녀를 찾아 헤메던 그가 도착한다.
『"네가 강가에 서 있으면, 나는 네 곁에 서 있을 거야. 네가 잠들면, 나는 네 문 앞에서 잠들 거야. 그리고 네가 멀리 떠나면, 난 네 발자국을 좇을 거야. 네가 사라져버리라고 말할 때까지. 그럼 난 떠나겠지. 하지만 죽는 날까지 널 사랑할거야."(p280:20~p281:3)』
필라의 사랑으로, 그는 그 분에게서 한 번의 기회를 더 받는다. 그것도 그녀와 함께.
사랑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 '우리'라는 말로 그것을 보여주며, 그 분의 사랑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며 이 소설은 끝을 맺는다.
그의 진실한 사랑은, 이야기의 시작인 '현재'에는 일관적으로 등장하는 그의 사랑의 모습은, 내가 어릴 때 바라던 모습이다.
운명과도 같은 사랑. 한 순간의 만남에서 느껴지는 운명이 아닌, '이 사람이어야만 한다'라는 느낌의 사랑. 나는 어렸을 때 그런 사랑을 꿈꿔왔었다.
그녀 안의 타인이 지어놓은 사랑의 모습은, 지금 현재의 내 모습과 비슷하다. 내가 지금 하는 것이 '사랑'인지, 아니면 단지 '도피성 연애, 혹은 설레임 추구의 연애'인지, 그 근본부터 흔들리는 지금의 내게는 굉장히 가슴에 와닿는 내용이다.
그의 사랑과도 비슷한, 그런 진실한 사랑을 꿈꿔오던 내가 왜 이렇게 변해버렸는지, 나는 지금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 책은 내게 최근에 내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마치 하나의 '표지*'처럼. 나의 고민에 대한 모든 것을 여실히 정리해주는 듯한 그런 느낌. 바로 얼마 전 <…ing>를 보면서 실컷 정리했던 것들이, 대체 무엇인지 그 근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던 해답이, 이 책을 통해 내게 다가왔다.
진실한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결론에, 내가 해온 연애들이 과연 진짜 사랑에 기반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가슴 속에서 떠오른 물음에,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며 단 한 가지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참조.
오래 전에 썼던 감상을 포스팅해본다.
반년도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는 제자리 걸음이다.
인연, 만남, 관계, 사랑.
모든 측면에서 제자리다.
-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미리니름이 완비되어 있습니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닮아 있다
이 소설은 여주인공 필라의 독백조로 시작한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으로, 그녀가 느끼는 고통과 그리움, 그것들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이 소설은 그 서막을 연다.
우리는 이 소설에서 세 가지 사랑을 발견한다.
그의 사랑, 그녀의 사랑, 그리고 그 분(그/그녀)의 사랑.
이 중, 그 분의 사랑-즉 신앙-에 대해서는 그냥 넘기도록 한다. 그에 대해서 얘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신앙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감히 입에 올릴 수 없으므로.
그의 사랑은, 진실한 사랑에서 시작한다. 어린 시절의 사랑에서 시작하여 항상 그와 함께 해온 그의 사랑은, 어디에나 존재하시는 그 분을 찾아 그 분 안에서 함께 지내던 바로 그 순간에-신앙 속에 자신을 맡긴 후에- 그를 일깨운다. 그렇게 해서 그는 자신 속에 감춰져있던 그녀를 향한 진실한 사랑을 되찾고, 그녀를 다시 만난다.
『우리는 호텔 방에 짐을 옮겨두고 강연회가 열리는 장소까지 내려왔다. 그런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카페에 앉아 기다려야 했다.
"네게 주고 싶은 것이 있어."
그가 조그만 붉은 주머니를 건네며 말했다.
주머니 속에는 오래되어 녹이 슨 메달이 들어 있었다. 한쪽 면에는 자비로운 성모가, 다른 면에는 예수의 성심(聖心)이 새겨져 있었다.
"그거 네거야."
내가 놀라는 걸 알아채고 그가 말했다.
마음 속에서 다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이던가, 지금처럼 가을이었지. 우리가 열 살 때였을 거야. 너와 함께 커다란 참나무가 있는 광장에 앉아 있었어. 나는 네게 뭔가를 말하려고 했었지. 몇 주 동안 계속 연습했던 말이었어. 하지만 내가 말을 막 시작하자마자, 네가 메달을 잃어버렸다고했어. 산사투리오의 작은 예배당에서 말야. 넌 나한테 거기 가서 메달을 찾아봐줄 수 있느냐고 물었어."
기억이 났다. 세상에! 기억이 났다......
"난 메달을 찾았어. 하지만 광장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오랫동안 연습했던 그 말을 할 용기가 사라졌지. 그래서 나 자신과 약속했어. 내가 그걸 완전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 때 네게 메달을 돌려주겠다고. 거의 이십 년 전 일이야. 오랫동안 잊으려고 했지만, 그 문장은 늘 그곳에 있었어. 그 문장을 속에 담고는 더이상 살 수가 없어."
그는 들고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오랫동안 천장을 올려보았다.
"아주 짧은 문장이야."
그는 이윽고 나를 바라보았다.
"사랑해."(p51:7~p52:끝)』
그는 그녀를 찾아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그 자신 속에 존재해온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 자신의 언어-신앙 속에서 찾은-로 그녀에게 사랑과 신에 대해 말한다. 이는 그 스스로 택한 자신의 길, <사랑을 찾는 사람의 길>을 가는 과정이다.
그녀의 사랑은, 진실된 사랑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한다. 그녀 자신의 내면에는 타인이 잠들어 있다. '자신 안의 타인'은, 쉽게 말하면 수많은 자신의 모습 중에서 진실된 자신-자아와 유사한 개념-을 찾는 것을 방해하는 소설에 있어서의 반동 인물과 유사한 개념이다. 내면의 타인은, 진실된 꿈을 향하는 것을 방해하고 스스로를 현실 속에 안주케한다. 그녀의 사랑은 이러한 그녀 자신 안의 타인에게서부터 해방되어 이를 몰아내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 일련의 과정을 따라 그녀의 사랑은 변화하는 것이다. 그를 다시 만난 그 첫 순간부터 그녀의 진심은 그를 사랑하고 있고, 그의 곁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 안의 타인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사랑을 불신케하고, 방해한다.
『'바보! 세상에 사랑보다 더 깊은 건 없어. 공주가 개구리에게 키스를 해서 개구리가 멋진 왕자로 변하는 것은 동화 속 얘기일 뿐이야. 현실 속에서는 공주가 키스하는 순간 왕자는 개구리로 변해버리고말아.'(p73:4~끝)』
그녀는 진실한 사랑을 믿지 않는다.
『"나도 알아. 난 사랑을 해봤어. 그건 마약과도 같아. 처음엔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든 걸 바치는 것에 행복을 느끼지. 하지만 다음날이면 그보다 더 많은 걸 바라게 돼. 여기까지는 아직 중독 상태라고 할 수 없어. 그 감정을 즐기는 정도지. 여전히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말야. 처음에는 이 분 동안 그 사람을 생각하고, 세 시간동안 잊고 있지. 하지만 차츰 그 사람에게 익숙해져서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 세 시간 생각하고 이 분 동안 잊는 거야. 곁에 없으면 마약 중독자처럼 불안해지지. 그래서 중독자들처럼 필요한 약을 얻기 위해 도둑질을 하고 스스로를 굴욕감에 빠지게 만드는 행동을 하게 돼.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하게 되는 거야."
"그건 너무 끔찍한 비유야!"
그가 소리쳤다. 정말이지 끔찍한 비유였다. 중세풍의 집들에 둘러싸인 광장과 샘과 포도주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하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만일 그가 사랑을 위해 그토록 많은 일들을 하려 든다면, 그가 감수해야 할 위험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곁에 가까이 머물 수 있는 사람만을 사랑해야 해."
나의 결론이었다.(p99)』
하지만, 사랑을 부정하던 그녀는 그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점차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그의 진실한 말들이 그녀 안의 타인을 조금씩 몰아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와 함께한지 닷새째 되는 날, 어린 날의 그녀 속에 존재했던 진실한 사랑이, 아직도 그녀 안에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 안의 타인이 지어놓았던 안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거짓은 이 순간 깨어진다. 그리고 그녀의 영혼은 사랑으로 가득차 넘쳐 흐르기 시작한다.
『나흘 동안, 나는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결국 내 안의 다른 사람을 절망에 빠뜨렸다. 내 영혼의 가장 깊숙한 구석에는 여전히 진짜 내가 존재했고, 나는 아직도 꿈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내 안의 다른 사람이 뭐라 말을 꺼내기도전에, 나는 그와 함께 달리기로 결심했다. 내 안의 다른 사람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나는 그와의 여행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가져올 위험까지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내 안의 아죽 작은 부분이 여전히 살아 있었기 때문에, 나를 찾아 사방을 헤메던 사랑이 결국 나를 찾아냈다. 사랑은 내 안의 다른 사람이 사라고사의 조용한 거리에 지어놓았던 편견과 아집과 교과서라는 새장을 부수고 나를 발견했던 것이다.
나는 창문과 함께 내 마음도 열었다. 햇살이 방 안으로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내 영혼은 사랑으로 범람하고 있었다.(p125:13:~p126:끝)』
하지만, 진실된 사랑을 되찾은 것에서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그녀를 불안케하고, 다시금 그녀 안의 타인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도 있는 위기들이 찾아온다. 바로 그 첫번째가 그가 신학교에 들어갔고, 아직도 그에 소속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두 영혼이 하나의 운명으로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신학교'와, '사라고사-그녀 안의 타인이 만든 현실에의 안주로, 고향에서의 평범한 삶-'이다.
둘은 대화를 한다. 이 위기에 맞서기 위해, 그녀는 두려움을 떨쳐내달라고 기도하고 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는 얘기한다. 그녀를 잊기 위해 모든 이를 향한 사랑-신앙, 그리고 자비-을 갈구한 것과, 그녀에 대한 사랑을 되찾게 된 계기들에 대하여. 그리고 이 과정이 바로 이들 둘이 첫번째 파도를 넘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첫 시련과 진실한 사랑을 다시 찾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의심한다. 기적을 행하는 그의 모습과 그에게 기적을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질투를 느끼면서, 그녀는 '그의 소명이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니고, 신학교 안에서 다시 모든 이를 위한 사랑을 베푸는 것이라면?'이라고 의심한다. 그리고 기도를 하며, 신앙의 기적의 일부를 체험하며, 자신의 이기심을 반성하고 신앙을 되찾기 시작한다.
그 후에 그녀는 잠시 그가 수도원에 간 사이 그의 스승인 원장 신부를 만나게 되는데, 이들 간의 대화는 굉장히 사랑의 신앙적인 측면이 부각되어 있다. 원장 신부와의 대화 도중, 그녀는 그에게 항의하기도 하고, 그의 말을 부정하기도하고, 또한 선택의 순간에 도망쳐버리는 둥, 굉장히 정리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선택을 앞에 두고 두려움에 빠져버리는 전형적인 예로, 누구나 범할 수 있는 실수다. 그녀의 훌륭한 점은, 바로 그 직후 자신의 신앙을 돌려달라는 것과 그와 '함께 나아가는-구도자로서의 그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사랑'을 하게 해달라는 기도에 있다.
다시 만난 그들 둘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그녀는 그와 함께 하며 앞으로의 모든 일-그와 함께 할-들에 감사하고, 자신이 그의 길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녀가 그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되찾고, 그와 함께 나아갈 방향에 대한 결론에 도달했을 무렵, 그는 혼란에 휩싸인다. 그가 받은 치유의 은사와 그 소명, 그리고 그녀에 대한 사랑에 대하여 고뇌하고 또 고뇌한다. 그리고… 부정한다.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계속해서 구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전략)나는 그의 말을 중단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듣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어제, 나는 성모님의 기적을 갈구했어. 그분에게 내 은사를 거두어달라고 빌었어."
나는 내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난 약간의 돈도 있고, 여행을 다니는 동안 다양한 경험도 쌓았어. 집 한 채는 살 수 있을 거야. 난 직장을 얻을 테고, 성모 마리아의 남편 요셉처럼 익명으로 남아 겸손하게 하느님을 섬길 수 있을거야. 믿음을 지키기 위해 더이상의 기적은 내게 필요치 않아. 내게 필요한 건 너야."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까무러칠 것 같았다.
"내가 성모님께 내 은사를 거두어가달라고 비는 순간, 어떤 목소리가 내게 말했어. '네 손을 대지 위에 얹어라. 네 은사가 너에게서 빠져나가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리라.'"
나는 공포에 질렸다.(…후략)(p262:20~p263:12)』
그녀가 희망적 결론에 도달한 시점과 그가 신앙과 사랑의 양립을 부정한 시점은 거의 동일한 시점이다. 그리고 이 시점이 가장 큰 위기이다.
그녀는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어떻게 떠나왔는지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그의 곁을 떠난다. 그리고 차디찬 바닥에서 죽을뻔한 순간을 넘기고 피에트라 강가의 수도원에 머물며, 매일매일 피에트라 강가에 앉아 글을 썼다. 그리고 그녀의 글쓰기가 끝나갈 무렵, 며칠간 그녀를 찾아 헤메던 그가 도착한다.
『"네가 강가에 서 있으면, 나는 네 곁에 서 있을 거야. 네가 잠들면, 나는 네 문 앞에서 잠들 거야. 그리고 네가 멀리 떠나면, 난 네 발자국을 좇을 거야. 네가 사라져버리라고 말할 때까지. 그럼 난 떠나겠지. 하지만 죽는 날까지 널 사랑할거야."(p280:20~p281:3)』
필라의 사랑으로, 그는 그 분에게서 한 번의 기회를 더 받는다. 그것도 그녀와 함께.
사랑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 '우리'라는 말로 그것을 보여주며, 그 분의 사랑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며 이 소설은 끝을 맺는다.
그의 진실한 사랑은, 이야기의 시작인 '현재'에는 일관적으로 등장하는 그의 사랑의 모습은, 내가 어릴 때 바라던 모습이다.
운명과도 같은 사랑. 한 순간의 만남에서 느껴지는 운명이 아닌, '이 사람이어야만 한다'라는 느낌의 사랑. 나는 어렸을 때 그런 사랑을 꿈꿔왔었다.
그녀 안의 타인이 지어놓은 사랑의 모습은, 지금 현재의 내 모습과 비슷하다. 내가 지금 하는 것이 '사랑'인지, 아니면 단지 '도피성 연애, 혹은 설레임 추구의 연애'인지, 그 근본부터 흔들리는 지금의 내게는 굉장히 가슴에 와닿는 내용이다.
그의 사랑과도 비슷한, 그런 진실한 사랑을 꿈꿔오던 내가 왜 이렇게 변해버렸는지, 나는 지금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 책은 내게 최근에 내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마치 하나의 '표지*'처럼. 나의 고민에 대한 모든 것을 여실히 정리해주는 듯한 그런 느낌. 바로 얼마 전 <…ing>를 보면서 실컷 정리했던 것들이, 대체 무엇인지 그 근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던 해답이, 이 책을 통해 내게 다가왔다.
진실한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결론에, 내가 해온 연애들이 과연 진짜 사랑에 기반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가슴 속에서 떠오른 물음에,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며 단 한 가지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참조.
2004. 07.19 00:26 A.M.
Written by Min.
오래 전에 썼던 감상을 포스팅해본다.
반년도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는 제자리 걸음이다.
인연, 만남, 관계, 사랑.
모든 측면에서 제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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