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MD를 손에 쥔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그전까지 사용하던 것은 오래된 CDP. 새것과 다름없는 성능을 자랑하기는 했지만(덤으로 무척이나 튼튼했지만), 크기와 무게는 감당하기 힘들었던 그런 물건이다. (피아노/캐논 관련 포스팅에 잠깐 등장했던, 그 CDP를 말한다. OTL)
처음에는 별 부담없이 들고 다니던 CDP였지만, 슬슬 가방이 무거워지기 시작하고 주머니 속에 MD를 넣어 교내를 설렁설렁 돌아다니면서도 음악을 듣는 광경들을 목격하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다행히 그 시절에는 지름신이 강림할 여건이 아니었기에(돈이 없었다;), 유일한 무기는 성적 뿐이었다. 중학교 시절까지는 그런 종류의 얘기를 들어 주신 적이 없던 부모님이셨지만, 고등학교에 온 후로는 그것이 동기 부여가 된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인지 성적을 가지고 흥정(?)을 시도하면 곧잘 받아들여 주시곤 했다. 사실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시험 때만 되면 MD고 뭐고, 그냥 귀챦아아아ㅠ_ㅠ 라고 생각했을 뿐이었……지만, 공부를 하기는 했다. (...)
어쨌건,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나는 낡은(이라고 쓰고 커다란 이라고 읽는다) CDP를 서랍 속에 버리고, 작디작은 MD를 안고 행복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광녹음을 하는 것도 몰라서 아날로그 녹음을 해서 굉장한(나쁜 쪽으로) 수준의 음질이었지만, 이내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깨닫고 손바닥만한 MD를 늘상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 후로 일년 반보다는 조금 더, 하지만 이년은 채 못된, 가을과 겨울의 중간에서 나는 MD를 잃어버렸다. MD를 잃어버린 이야기는 조금 길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 학교는 이상하게 자잘한 분실(혹은 도난) 사건이 많이 있었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벌어진 큰 사건이 두 번 있었다.
그 첫 번째는 한 반이 통째로 털린 일이었다. 체육 시간, 아마도 7교시였다고 기억한다. 대개 체육 시간에는 핸드폰이나 지갑 등을 책상 속이나 교복 속에 놔두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 열쇠 관리가 허술했던 것인지, 창문 단속을 제대로 안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걸 뚫고 들어올 능력이 있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반 전원이 체육을 하러 나간 사이, 유유히 들어온 누군가가 그 반을 홀랑 쓸어갔다. 당연히 난리가 났지만, 7교시는 그날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7교시와 8교시가 번갈아 있었다) 누군지 모를 간 큰 그는, 여유롭게 사라졌다.
이후로 경계도 강화 되었고(무슨 만화같다;;), 이래저래 다들 조심해서 한동안 조용했다. (이미 잃어버린 물건들은 결국 되찾지 못했지만) 반 년 정도 지났을 무렵인가, 학기가 바뀐 후였다. 농구를 하다가 안경이 부러지는 바람에 자리를 맨 앞으로 옮긴 나는(사실 안경 없으면 맨 앞에서도 안 보이기는 하지만), 어느 점심 시간 식곤증(...)으로 잠이 들었다. 교탁 앞은 언제나 제일 시끄럽기 마련이라 이어폰을 꽂고 깊이 잠이 들었는데(Zzz...), 어느 순간 시끄럽게 노는 소리가 확-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라는 생각으로 일어난 나는, 목 밑에서 덜렁덜렁 흔들리는 이어폰 줄을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본체는 어디로 도망갔는지, 이어폰만 달랑달랑. MD와 안녕- 하고 작별을 고한 순간이었다.
워낙 타반에서도 많이 들락거리는 점심 시간이니만큼, 그리고 정신 없던 교탁 앞인만큼, 누군지 알아낼 방도도, 근거도 없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지만(그때는 그랬다;), 어쩌겠는가. 전교생을 다 뒤질 수도 없는 일이다-는 답변과 오히려 제 소지품 간수를 잘못 했다는 이유로 질책당했다. ……그 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기간 동안, 비슷하게 CDP, MD 등을 도난 당하는 일이 여섯 번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선생님들도 그렇게 나오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미래를 누가 알았겠나.
쓰다보니 길어졌지만, 어쨌건 그렇게 MD와 작별을 고했다.
다시 만난 낡은 CDP. 작던 걸 쓰던 만큼 그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졌지만, 죄스러운 마음(MD는 비쌌다;)에 군소리 없이 들고 다녔다. (...)
벌써- 그 후로 4년. (햇수로는 다섯 해) 지금 서랍 속에 들어 있는 MD는 햇수로는 4 년, 실제로 사용한 기간은 두 해가 조금 넘는 물건이다. 수능 후, 골동컴인 이 녀석을 구입하면서 함께 구입한 것. USB 관련 문제로 두 달 정도 사용하지 않은 것을 빼고는, 정말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소한 고장이지만 수리비가 어마어마한 관계로 네 달째 서랍 속에서 뒹굴고 있다.
주머니 속에 있어야 할 MD가 서랍 속에서 뒹구는 이유는, MD와 MP3 간의 싸움이 곧 MD의 패배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즉, MD는 사장 산업이다. MP3에 밀려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질, 그런 산업이다. 한때 Net MD라는, 획기적이라고 불리는 기술을 도입해 부활을 꿈꿔봤지만…… 오래잖아 사라질 것이다. 그런 MD를 중저가형 MP3를 살 수도 있는 돈을 들여 수리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냐- 라는 생각에 고민고민하며 네 달째 먼지 속에서 뒹굴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그런 MD를, 오늘 오랜만에 꺼냈다. 소리님의 포스팅(mp3;)과, 소리님과 잠깐 아얄씨에서 핸드폰 얘기를 하다가 옛날 물건-이라는 느낌과 함께 기억났기 때문이다. 과거를 보여주는 자잘한 물건들. 그리운 옛날을 잠시나마 맛보게 해주는 물건들. 그런 물건들의 하나로 말이다.
서랍 속에서 집어들자마자, 두 해가 조금 넘는 동안, 참 수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물건이지만, 왠지 수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많이 부려먹기는 했다;;)
고장난 MD.
현실적인 이유로 MD를 수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그냥 고장난 채로, 지금보다는 좀더 잘- 서랍 속에 보관할 듯 싶다. 고쳐서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그에 얽힌 과거(추억이라고 하기에는 별로 안 좋은 기억이다;), 그리고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작은 매개체로 책상 속에 넣어 놓고 싶다. 비록 제 기능은 못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더없이 그립기만 한, 그 시절로 나를 데려가줄 또 하나의 작은 소품으로.
처음에는 별 부담없이 들고 다니던 CDP였지만, 슬슬 가방이 무거워지기 시작하고 주머니 속에 MD를 넣어 교내를 설렁설렁 돌아다니면서도 음악을 듣는 광경들을 목격하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다행히 그 시절에는 지름신이 강림할 여건이 아니었기에(돈이 없었다;), 유일한 무기는 성적 뿐이었다. 중학교 시절까지는 그런 종류의 얘기를 들어 주신 적이 없던 부모님이셨지만, 고등학교에 온 후로는 그것이 동기 부여가 된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인지 성적을 가지고 흥정(?)을 시도하면 곧잘 받아들여 주시곤 했다. 사실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시험 때만 되면 MD고 뭐고, 그냥 귀챦아아아ㅠ_ㅠ 라고 생각했을 뿐이었……지만, 공부를 하기는 했다. (...)
어쨌건,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나는 낡은(이라고 쓰고 커다란 이라고 읽는다) CDP를 서랍 속에 버리고, 작디작은 MD를 안고 행복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광녹음을 하는 것도 몰라서 아날로그 녹음을 해서 굉장한(나쁜 쪽으로) 수준의 음질이었지만, 이내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깨닫고 손바닥만한 MD를 늘상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 후로 일년 반보다는 조금 더, 하지만 이년은 채 못된, 가을과 겨울의 중간에서 나는 MD를 잃어버렸다. MD를 잃어버린 이야기는 조금 길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 학교는 이상하게 자잘한 분실(혹은 도난) 사건이 많이 있었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벌어진 큰 사건이 두 번 있었다.
그 첫 번째는 한 반이 통째로 털린 일이었다. 체육 시간, 아마도 7교시였다고 기억한다. 대개 체육 시간에는 핸드폰이나 지갑 등을 책상 속이나 교복 속에 놔두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 열쇠 관리가 허술했던 것인지, 창문 단속을 제대로 안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걸 뚫고 들어올 능력이 있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반 전원이 체육을 하러 나간 사이, 유유히 들어온 누군가가 그 반을 홀랑 쓸어갔다. 당연히 난리가 났지만, 7교시는 그날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7교시와 8교시가 번갈아 있었다) 누군지 모를 간 큰 그는, 여유롭게 사라졌다.
이후로 경계도 강화 되었고(무슨 만화같다;;), 이래저래 다들 조심해서 한동안 조용했다. (이미 잃어버린 물건들은 결국 되찾지 못했지만) 반 년 정도 지났을 무렵인가, 학기가 바뀐 후였다. 농구를 하다가 안경이 부러지는 바람에 자리를 맨 앞으로 옮긴 나는(사실 안경 없으면 맨 앞에서도 안 보이기는 하지만), 어느 점심 시간 식곤증(...)으로 잠이 들었다. 교탁 앞은 언제나 제일 시끄럽기 마련이라 이어폰을 꽂고 깊이 잠이 들었는데(Zzz...), 어느 순간 시끄럽게 노는 소리가 확-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라는 생각으로 일어난 나는, 목 밑에서 덜렁덜렁 흔들리는 이어폰 줄을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본체는 어디로 도망갔는지, 이어폰만 달랑달랑. MD와 안녕- 하고 작별을 고한 순간이었다.
워낙 타반에서도 많이 들락거리는 점심 시간이니만큼, 그리고 정신 없던 교탁 앞인만큼, 누군지 알아낼 방도도, 근거도 없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지만(그때는 그랬다;), 어쩌겠는가. 전교생을 다 뒤질 수도 없는 일이다-는 답변과 오히려 제 소지품 간수를 잘못 했다는 이유로 질책당했다. ……그 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기간 동안, 비슷하게 CDP, MD 등을 도난 당하는 일이 여섯 번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선생님들도 그렇게 나오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미래를 누가 알았겠나.
쓰다보니 길어졌지만, 어쨌건 그렇게 MD와 작별을 고했다.
다시 만난 낡은 CDP. 작던 걸 쓰던 만큼 그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졌지만, 죄스러운 마음(MD는 비쌌다;)에 군소리 없이 들고 다녔다. (...)
벌써- 그 후로 4년. (햇수로는 다섯 해) 지금 서랍 속에 들어 있는 MD는 햇수로는 4 년, 실제로 사용한 기간은 두 해가 조금 넘는 물건이다. 수능 후, 골동컴인 이 녀석을 구입하면서 함께 구입한 것. USB 관련 문제로 두 달 정도 사용하지 않은 것을 빼고는, 정말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소한 고장이지만 수리비가 어마어마한 관계로 네 달째 서랍 속에서 뒹굴고 있다.
주머니 속에 있어야 할 MD가 서랍 속에서 뒹구는 이유는, MD와 MP3 간의 싸움이 곧 MD의 패배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즉, MD는 사장 산업이다. MP3에 밀려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질, 그런 산업이다. 한때 Net MD라는, 획기적이라고 불리는 기술을 도입해 부활을 꿈꿔봤지만…… 오래잖아 사라질 것이다. 그런 MD를 중저가형 MP3를 살 수도 있는 돈을 들여 수리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냐- 라는 생각에 고민고민하며 네 달째 먼지 속에서 뒹굴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그런 MD를, 오늘 오랜만에 꺼냈다. 소리님의 포스팅(mp3;)과, 소리님과 잠깐 아얄씨에서 핸드폰 얘기를 하다가 옛날 물건-이라는 느낌과 함께 기억났기 때문이다. 과거를 보여주는 자잘한 물건들. 그리운 옛날을 잠시나마 맛보게 해주는 물건들. 그런 물건들의 하나로 말이다.
서랍 속에서 집어들자마자, 두 해가 조금 넘는 동안, 참 수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물건이지만, 왠지 수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많이 부려먹기는 했다;;)
고장난 MD.
현실적인 이유로 MD를 수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그냥 고장난 채로, 지금보다는 좀더 잘- 서랍 속에 보관할 듯 싶다. 고쳐서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그에 얽힌 과거(추억이라고 하기에는 별로 안 좋은 기억이다;), 그리고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작은 매개체로 책상 속에 넣어 놓고 싶다. 비록 제 기능은 못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더없이 그립기만 한, 그 시절로 나를 데려가줄 또 하나의 작은 소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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