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에서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완역본을 내놓았다. 어린 시절 암굴왕이라는 제목으로 접했었던 기억의 책이다. (라고는 하지만 사실 암굴왕을 제대로 읽은 기억은 없는 듯 하다) 또한 복수극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내용 자체에 큰 흥미를 갖고 읽지는 않았다. '완역본'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책이 대부분 지루하고 늘어진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읽는 고전의 대부분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핵심만을 추려 만든 줄거리 소설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다섯 권으로 번역되어 출판된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다. 그만큼 내용 자체의 흥미보다는, 몬테크리스토─라고 하는 그 복수극의 대명사처럼 된 소설을 한 번 정도 다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 쪽이 강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첫 권을 잡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첫 장을 읽었다. 그리고 한 권을 다 읽었을 때, 나는 내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완역본의 이름을 달고 나온 이 책은.
지루하지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것도 아니었다.


첫 권을 읽고난 후, 정신없이 다음 권을 잡았다. 다음 권을 읽은 후 정신없이 다음 권을 찾았다. 만약 작년 이맘때였거나, 아니면 몸 상태가 좀 좋았다면 그냥 다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새는 밤을 새가며 읽을 상태가 아니었기에 애써 충동을 억누르고 셋째 권의 초반부를 읽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출근길. 짬짬이 읽으면 셋째 권을 다 읽고 집에 와서 나머지를 읽을 수 있겠지.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저혈압으로 헤롱거리느라 생각이 짧았다고 생각한다) 하루는커녕, 출근해서 업무 시작 시간(9시)가 되기 전까지, 그 짧은 시간만에 한 권을 다 읽은 내게 남은 것은 미치도록 지루한 하루였다. 책을 다 가져오지 않은 것을 진심으로 후회할 정도로.

분명히 번역에 의한 단점이 존재하며, 요즘의 소설과는 다른 문체와 전개 방식에 거부감이 느껴진다. 그것은 분명한 단점이며, 그 단점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내가 에드몽 당테스다." 라고 밝히는 것이 대체 언제인가! 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것만이 이 소설의 힘은 아니다. (물론 그것이 가장 큰 힘이다) 하지만 그 화려함, 그 흐름, 그 유쾌함과 안타까움이 더욱 강렬하다. 뻔하다면 뻔한 흐름이며, 당연하다면 당연한 흐름이다. 결말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권을 덮는 그 순간에야 간신히 긴 한숨을 내쉴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책의 힘이 아닐까.




P.S 1 - 좋은 글을 읽게 해준, 고 알렉상드로 뒤마에게 경의를.
P.S 2 - 뒤마의 삼총사(민음사 완역본-전 3권)가 기다리고 있다! :D
P.S 3 - 프랑스도 가보고 싶어졌다. (...) 역시, 대항 유럽 여행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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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2006/09/15 00:55

    나 가서 찜!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MinsMean.net/index.php BlogIcon Min。 2006/09/15 06:53

      응'ㅡ'a 근데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

  2. addr | edit/del | reply sorisai 2006/09/15 10:43

    이넘의 게으름은 갈수록 심해지는건지, 책 읽을 기회를 안주는군요 ㅠㅠ;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MinsMean.net/index.php BlogIcon Min。 2006/09/15 12:29

      아앗, 소리님 이 게을쟁이! >ㅁ<
      그나저나 내려가시기 전에 둘둘칙힌 벙개는;ㅂ;?

  3.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earthya.cafe24.com BlogIcon Weawen 2006/09/15 12:13

    원래 잘 모르는 책이었었는데...
    서풍의광시곡 배경이 됬다는 이야길 듣고서
    그떄 구해서 봤었지유.. ㅎㅎ
    확실히 매력적인 소설..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MinsMean.net/index.php BlogIcon Min。 2006/09/15 12:31

      멋진 소설이죠. 크흑-_ㅠ 게다가 무대는 유럽! ;ㅁ;

      「에드몽……당테스!」하고 외치는 모르세르의 절규가 ;ㅁ;)b

  4. addr | edit/del | reply 하울위성 2006/09/15 12:21

    호오 오빠가 재밌다는걸 보니 한번 구해다 읽어보고싶어지네'ㅂ; 일단 이번에 산 책을 마저 다읽고 나도 도전!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MinsMean.net/index.php BlogIcon Min。 2006/09/15 12:31

      지루할 수도 있3
      내 독서 취향은 상당히 기준없는 랜덤이라서- -)

  5.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rangdoong.net BlogIcon iyooha 2006/09/15 12:59

    네. 그렇쟎아도 독서량이 너무 부족(하다기 보다 0에 수렴)하다는 생각을 하던 중인데... 정곡! 이번주말에 저도 책좀 사러 가야겠습니다.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MinsMean.net/index.php BlogIcon Min。 2006/09/16 00:49

      그러고보니 저도 서점에 간 건 꽤 오래 전이네요.
      언제 저도 서점에 가서 한 번 훑어보고 와야겠어요^_^

  6. addr | edit/del | reply kazz+ 2006/09/16 00:27

    삼총사는 진짜 기대된다 >ㅁ< 몬테크리스토백작도 좋아하지만 삼총사가 더 좋거든 ^^

  7. addr | edit/del | reply durinas 2006/09/16 03:11

    다 보고 빌려주셍 -_)v-~

  8. addr | edit/del | reply 리렌 2006/09/18 18:02

    지난번에 가봤을때 책들 보고 굉장히 탐이 났었어+ㅁ+ 빌려줘엉~ㅅ~

  9.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yurica75.egloos.com BlogIcon 쥬드마린 2006/09/19 13:24

    세미 BL아니메 암굴왕이 생각납...(퍽퍽)

  10. addr | edit/del | reply 노기 2007/01/05 23:20

    뒤마가 글을 참 흥미진진하게, 또 맛깔스럽게 쓰죠.
    난 삼총사도 너무나 많은 만화와 영화로 봐서 뻔하지 않을까 했는데,
    엄청 신나게 읽었다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minsmean.net BlogIcon Min。 2007/01/08 13:23

      맛깔스럽다는 표현에 절반은 동의합니다.
      뭐… 그게 취향에 안 맞는 사람에게는 거부감이 들 것도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