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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금밖에 빨지 않은 담배였는데 어느새 필터까지 불씨가 다가
와 있었다. 창밖으로 다 타버린 담배를 던져버리고 새 담배를 입에
물었다. 거세게 불어온 바람이 꽁초를 잡아채고 메마르게 달린다. 춥
다. 불안하다. 오한이 달린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을까?
나도 모르게 다시 되새겨본다. 결국 파악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
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조차. 하지만 희미하게 드는 확신이 있었다.
오래도록,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생각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이해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담배를 재떨이에 짓눌러 꺼버리고 방 안으로 들어선다. 심플하고
정갈한 방이다.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예전, 이 방을 두고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
다.
“정말 삭막한 방이네요.”
“삭막? 어디가?”
“방에 물건이 너무 없잖아요. 그나마 책이 책장 가득 꽂혀있어서
좀 낫긴 한데… 사람이 사는 방이라기보다 책 보관소라는 느낌이 더
강하지 않아요?”
그의 말에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
다. 내게는 도무지 그렇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고개를
저어 부정하자 그는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형답다고 말할 수도 있긴 하지만… 좀 심해요.”
그의 참견은 조금 귀찮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냥
신경 끄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를 납득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그
를 납득시킬 논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첫째, 방에서 뭘 먹는 일은 극히 드물어. 그러니 주방기구는 그렇
게 많이 필요하지 않지. 같은 이유로 식탁 같은 게 필요하지도 않아.
그냥 책상에서 먹으면 되잖아. 둘째, 어차피 이 방은 졸업할 때까지
만 살 방이니 굳이 물건을 많이 들여놓을 필요가 없어. 오히려 나중
에 귀찮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셋째, 무엇보다 학기 중에는 이 방
에 와있는 시간 자체가 적지. 주로 저녁이나 밤에 왔다 아침엔 강의
를 들으러 가야하니까. 넷째, 종강 후에 방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고
해도 필요한 물건이 다 있으면 굳이 불필요한 물건을 들여놓을 필요
는 없어. 그렇지 않아?”
“뭐 그렇긴 하지만…요.”
그는 끝내 불만인 듯한 얼굴이었다. 무언가 부연하려다 그만두었
다. 납득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이런 개인적인 경우에는.
개인적인 생각을 타인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일부지만 내 생각을
타인이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해란 아득히 멀면서 닿지 않
는 것이다.
한참 만에 그가 툭 내뱉었다.
“형은 너무 생각이 많아요.”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대꾸한다.
“그래? 나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아니에요. 형은 진짜로 너무 생각이 많아요. 굳이 고려할 필요 없
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고민하고, 너무 많은 가능성을 다 따진다고요.
형 머릿속은 너무 많은 생각들로 항상 펄펄 끓는 잡탕죽 같아요.”
그는 잠깐 말을 끊었다가 히죽 웃으며 덧붙였다.
“지금도 그래요. 그냥 ‘아무렴 어때. 먹고 잘 수 있으면 되는 거지.’
라고 말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하나하나 이유를 달아가며 설명하
고… 그것도 생각을 해서 얘기한 게 아니라 마치 언젠가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를 상정한 것처럼 술술 얘기했잖아요. 그런 건 정말 굉장해
요.”
그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래봬도 어떻게 납득시켜야할지 고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약간 기가 찬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내 후배였다.
굳이 인간관계를 넓혀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내가 어쩌다가
그와 친해졌는지는 잘 모른다. 그는 언제나 쾌활했고 명랑했다. 노는
법도 잘 알고 있었다. 노는 인간이라고 해서 대학 수업을 제대로 따
라가지 못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그를 보며 처음 알
았다. (반대의 경우는 많이 봤지만)
이쪽저쪽에 인기도 많고 모두에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그가 어째서
나 같은 인간과 친하게 지내고자 했는지는 지금도 미스테리다.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남들 눈에 띄는 것보다는 혼자 조용히 구
석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관심을 덜 받는 것을 선호하는 타입이다.
동기들이나 선배들과 같은 자리에 있으면 이럭저럭 대화를 해나가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굳이 누군가가 나를 찾는 일은 없었다. 물론
그렇게 된 이유는 내가 먼저 누구에게도 특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
문이라고 생각한다.
관계는 책임을 동반한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복잡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
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물론 그가 얘기한 ‘사회적’이라는 개념은 다분히 정치적
인 의미지만, 그 해석은 인간의 집단 구성적 성향에 대한 것으로도
종종 쓰이고 있으니 그의 말을 관계적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에
별 문제는 없다.
하지만 불편한 관계를 맺으며 불편함을 감수하고 억지웃음을 짓고
부대끼며 사는 것보다는 어쩌면 혼자 사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 혹
자는 그것을 두고 관계가 동반하는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비난에 수긍한
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책임을 짊어지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다. 영원히 이해할 수 없
기에 나 자신에 대해서도 책임지기 어려운데, 그 이외의 책임을 짊어
지라는 것은 귀찮음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
각하는지 모르지만 그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라는 인간인 것이다.
“그 누나 일만 해도 그래요. 굳이 그렇게 끊을 필요는 없었잖아요?
혹시 점점 더 좋아졌을 수도 있잖아요. 그걸 제대로 겪어보지도 않고
미리 끊어버리는 건 미래와 그 가능성을 사전에 다 잘라버리는 것과
같은 거라고요. 아직 떡잎밖에 보이지 않는데, ‘아. 이 잎은 보나마나
엉망으로 자랄 거야’ 라고 섣부르게 결정짓고 잘라버리는 것과 같은
거예요.”
“글쎄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도 있지 않던
가? 그런 옛 금언에 충실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옛 말이 다 맞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가?”
“그렇고말고요! 내가 여러 번 형을 말렸잖아요. 조금 더 생각해보
라고. 그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요. 이해심도 많고 착하고. 이런
말은 형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스타일도 멋지잖아요. 형이니까 솔직하
게 말하는 거지만 그 누나, 저도 예전에 제법 마음에 두고 있었어요.”
그는 말하는 것을 조금 꺼려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뱉던 말의 기
세를 탄 것인지 멈추지 않고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언제나 직
구. 가식도 거짓도 없이 언제나 그 마음을 직접 부딪혀오는 그다웠
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나는 조금 의아한 기분을 느끼며 말했다.
“그렇다면 직접 시도해보지 그랬어?”
“에? 아, 아, 서, 선배도 참….”
선배. 형이란 호칭에서 순간적으로 뒤바뀐 호칭이다. 그의 당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나와 그는 타인이다. 타인을 이해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한층 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렇잖아? 마음에 들었다며.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는 결국
그 마음을 드러낸 적은 없다는 뜻이지? 그거야말로 너답지 않은데.”
언제나 직구. 그것이 그였다. 실패할지라도 일단 도전하는 것이 그
의 성격이었다. 그런 그가 자기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은 어쩐
지 심각한 위화감을 조성했다.
“뭐, 그때는 그 녀석이 있었으니까요.”
그 한 마디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네 마음을 흔드는, 어떤 의미로는 조금 부담스러운 상대
를 나한테 떠넘기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었다는 얘기군.”
그는 빨갛게 볼을 붉히면서도 신나게 웃었다. 하지만 나는 농담을
한 게 아니었기에 그의 웃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의아한 기분 속에
그에게 뭐라고 말을 하기 전에 그가 먼저 말했다.
“형은 정말 특이한 사람이에요.”
나는 대답했다. 대답은 정해져있었다.
“너도 그래.”
사람은 어째서 변해가는 것일까.
사람은 어째서 변하지 않는 것일까.
한 모금밖에 빨지 않은 담배였는데 어느새 필터까지 불씨가 다가
와 있었다. 창밖으로 다 타버린 담배를 던져버리고 새 담배를 입에
물었다. 거세게 불어온 바람이 꽁초를 잡아채고 메마르게 달린다. 춥
다. 불안하다. 오한이 달린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을까?
나도 모르게 다시 되새겨본다. 결국 파악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
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조차. 하지만 희미하게 드는 확신이 있었다.
오래도록,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생각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이해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담배를 재떨이에 짓눌러 꺼버리고 방 안으로 들어선다. 심플하고
정갈한 방이다.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예전, 이 방을 두고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
다.
“정말 삭막한 방이네요.”
“삭막? 어디가?”
“방에 물건이 너무 없잖아요. 그나마 책이 책장 가득 꽂혀있어서
좀 낫긴 한데… 사람이 사는 방이라기보다 책 보관소라는 느낌이 더
강하지 않아요?”
그의 말에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
다. 내게는 도무지 그렇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고개를
저어 부정하자 그는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형답다고 말할 수도 있긴 하지만… 좀 심해요.”
그의 참견은 조금 귀찮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냥
신경 끄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를 납득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그
를 납득시킬 논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첫째, 방에서 뭘 먹는 일은 극히 드물어. 그러니 주방기구는 그렇
게 많이 필요하지 않지. 같은 이유로 식탁 같은 게 필요하지도 않아.
그냥 책상에서 먹으면 되잖아. 둘째, 어차피 이 방은 졸업할 때까지
만 살 방이니 굳이 물건을 많이 들여놓을 필요가 없어. 오히려 나중
에 귀찮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셋째, 무엇보다 학기 중에는 이 방
에 와있는 시간 자체가 적지. 주로 저녁이나 밤에 왔다 아침엔 강의
를 들으러 가야하니까. 넷째, 종강 후에 방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고
해도 필요한 물건이 다 있으면 굳이 불필요한 물건을 들여놓을 필요
는 없어. 그렇지 않아?”
“뭐 그렇긴 하지만…요.”
그는 끝내 불만인 듯한 얼굴이었다. 무언가 부연하려다 그만두었
다. 납득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이런 개인적인 경우에는.
개인적인 생각을 타인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일부지만 내 생각을
타인이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해란 아득히 멀면서 닿지 않
는 것이다.
한참 만에 그가 툭 내뱉었다.
“형은 너무 생각이 많아요.”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대꾸한다.
“그래? 나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아니에요. 형은 진짜로 너무 생각이 많아요. 굳이 고려할 필요 없
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고민하고, 너무 많은 가능성을 다 따진다고요.
형 머릿속은 너무 많은 생각들로 항상 펄펄 끓는 잡탕죽 같아요.”
그는 잠깐 말을 끊었다가 히죽 웃으며 덧붙였다.
“지금도 그래요. 그냥 ‘아무렴 어때. 먹고 잘 수 있으면 되는 거지.’
라고 말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하나하나 이유를 달아가며 설명하
고… 그것도 생각을 해서 얘기한 게 아니라 마치 언젠가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를 상정한 것처럼 술술 얘기했잖아요. 그런 건 정말 굉장해
요.”
그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래봬도 어떻게 납득시켜야할지 고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약간 기가 찬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내 후배였다.
굳이 인간관계를 넓혀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내가 어쩌다가
그와 친해졌는지는 잘 모른다. 그는 언제나 쾌활했고 명랑했다. 노는
법도 잘 알고 있었다. 노는 인간이라고 해서 대학 수업을 제대로 따
라가지 못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그를 보며 처음 알
았다. (반대의 경우는 많이 봤지만)
이쪽저쪽에 인기도 많고 모두에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그가 어째서
나 같은 인간과 친하게 지내고자 했는지는 지금도 미스테리다.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남들 눈에 띄는 것보다는 혼자 조용히 구
석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관심을 덜 받는 것을 선호하는 타입이다.
동기들이나 선배들과 같은 자리에 있으면 이럭저럭 대화를 해나가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굳이 누군가가 나를 찾는 일은 없었다. 물론
그렇게 된 이유는 내가 먼저 누구에게도 특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
문이라고 생각한다.
관계는 책임을 동반한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복잡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
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물론 그가 얘기한 ‘사회적’이라는 개념은 다분히 정치적
인 의미지만, 그 해석은 인간의 집단 구성적 성향에 대한 것으로도
종종 쓰이고 있으니 그의 말을 관계적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에
별 문제는 없다.
하지만 불편한 관계를 맺으며 불편함을 감수하고 억지웃음을 짓고
부대끼며 사는 것보다는 어쩌면 혼자 사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 혹
자는 그것을 두고 관계가 동반하는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비난에 수긍한
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책임을 짊어지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다. 영원히 이해할 수 없
기에 나 자신에 대해서도 책임지기 어려운데, 그 이외의 책임을 짊어
지라는 것은 귀찮음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
각하는지 모르지만 그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라는 인간인 것이다.
“그 누나 일만 해도 그래요. 굳이 그렇게 끊을 필요는 없었잖아요?
혹시 점점 더 좋아졌을 수도 있잖아요. 그걸 제대로 겪어보지도 않고
미리 끊어버리는 건 미래와 그 가능성을 사전에 다 잘라버리는 것과
같은 거라고요. 아직 떡잎밖에 보이지 않는데, ‘아. 이 잎은 보나마나
엉망으로 자랄 거야’ 라고 섣부르게 결정짓고 잘라버리는 것과 같은
거예요.”
“글쎄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도 있지 않던
가? 그런 옛 금언에 충실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옛 말이 다 맞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가?”
“그렇고말고요! 내가 여러 번 형을 말렸잖아요. 조금 더 생각해보
라고. 그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요. 이해심도 많고 착하고. 이런
말은 형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스타일도 멋지잖아요. 형이니까 솔직하
게 말하는 거지만 그 누나, 저도 예전에 제법 마음에 두고 있었어요.”
그는 말하는 것을 조금 꺼려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뱉던 말의 기
세를 탄 것인지 멈추지 않고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언제나 직
구. 가식도 거짓도 없이 언제나 그 마음을 직접 부딪혀오는 그다웠
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나는 조금 의아한 기분을 느끼며 말했다.
“그렇다면 직접 시도해보지 그랬어?”
“에? 아, 아, 서, 선배도 참….”
선배. 형이란 호칭에서 순간적으로 뒤바뀐 호칭이다. 그의 당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나와 그는 타인이다. 타인을 이해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한층 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렇잖아? 마음에 들었다며.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는 결국
그 마음을 드러낸 적은 없다는 뜻이지? 그거야말로 너답지 않은데.”
언제나 직구. 그것이 그였다. 실패할지라도 일단 도전하는 것이 그
의 성격이었다. 그런 그가 자기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은 어쩐
지 심각한 위화감을 조성했다.
“뭐, 그때는 그 녀석이 있었으니까요.”
그 한 마디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네 마음을 흔드는, 어떤 의미로는 조금 부담스러운 상대
를 나한테 떠넘기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었다는 얘기군.”
그는 빨갛게 볼을 붉히면서도 신나게 웃었다. 하지만 나는 농담을
한 게 아니었기에 그의 웃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의아한 기분 속에
그에게 뭐라고 말을 하기 전에 그가 먼저 말했다.
“형은 정말 특이한 사람이에요.”
나는 대답했다. 대답은 정해져있었다.
“너도 그래.”
사람은 어째서 변해가는 것일까.
사람은 어째서 변하지 않는 것일까.
이미 우울한 글이
더 우울한 글이 될까봐 최대한 조심하는 중.
댓글을 달아 주세요
우울해도 좋닭. 계속 나오는 거닭!(<-)
인제 얼마 안남았당.
이 이야기는 묘하게, 민냥의 자전 소설 같아 'ㅅ'...
그렇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