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2005/05/30 04:52 from Days/일탈
한시 반-쯤 잠이 들었나.
술기운을 빌려 오랜만에 비교적 제시간에 잠이 들었다.

하지만 세시간 내내 미묘하게 깨어났다가 다시 잠들고 하면서, 내용이 끊기지 않는 꿈을 꿨다. 거의 졸았다-라는 느낌인가. 아무튼 깊게는 못잤다.
무슨 꿈이냐 이건……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고민은, 나를 언제나의 상태로 돌려버렸다. 미약하나마 남아있던 술기운을 치워버리고, 언제나의, 고민이 너무 많아 잠을 못자는 나(친구들의 표현)-로 되돌려버렸다. 덕분에 잠이 오질 않는다. 머리는 멍하고 피곤한 건 분명한데.



살아오면서(그다지 긴 시간을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참 많은 잘못을 저지르며 살아왔다.
그 중에는 정말 지워버리고 싶은 것도 있고, 이렇게 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작은 아쉬움도 있다. 그런 후회들이 떠오를 때마다 인생을 리셋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때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이랬을 테고- 하는 식으로.
그냥 막연한 생각.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랬다면- 하는 생각. 그런 헛생각을 하며 스스로의 잘못을 되새겼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인생을 리셋한다면, 나는 과연 내가 의도했던 그대로 살 수 있었을까.


갑자기 그런 의문이 들었고, 그 대답은 "아니다"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똑같은 바보짓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실수를 하고 괴로워할 것이고, 똑같은 아픔에 절망할 것이다.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 회의할 것이고, 똑같은 선택을 하고는 두고두고 후회하겠지.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뻔하다고 해야하나.


나는 바보니까.


그게 이유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어린애 같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조금은 타인을 생각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는 선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귀여운 후배짓을 하는, 그런 나는…… 그 과정을 통해서만 나타날 테니까.
경험하지 못한 아픔은 알 수 없는 것이다. 해보지 않은 바보짓에 대해서는 그것이 바보짓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런 잘못들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없는 것이다.





시간을 리셋한다면?

아마도 같은 짓을 되풀이함으로써, 지금의 내 모습과 똑같은 내가 되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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