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를 시작한지 이제 꼭 이주일이다. 휴학생의 타성에 젖어 있던 나는 이 이주일 모든 것이 쇼크의 연속이었다. 공익 생활이 시간 낭비하는 분위기일 것이라고 대강 예상했지만, 근무지는 그간 내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모든 공익 생활이 이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든 내가 소속된 D모사 D모 역의 분위기는 이렇다.

1. 주간 1주, 야간 2주. 휴무 랜덤제.

막연히 공익이라면 당연히 주 5일제! 이런 분위기를 예상하고(거짓말) 왔는데, 예상한 것과는 굉장히 다르다. 내가 복무하기 이전부터도 주간 1주, 야간 2주, 휴무 랜덤. 그리고 지금도 주간 1주, 야간 2주, 휴무 랜덤. 철저한 3조 2교대다. 아마도 끝날 때까지 고정적으로 주말에 쉴 일은 없을 듯 하다.

아마도 내년 가을, 고참 전역 근처에 가면 당연히 월 30일 근무를 할 것이다. 예상치도 못했던 바이고 괴로운 것이기도 하다. "공익 널널해~"를 매일 외쳤던 친구가 생각난다.

2. 불합리한 일정관리

시간을 "시간"이라는 단위로 나누어 계획을 세운다. 한 시간은 당연히 1 시간이고 하루는 9 시간(야간은 15 시간)이다. 일주일은 랜덤 시간이 된다. 예를 들면 일주일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적당히 대충대충, 이것이 중점 모토다. 이 근무 일정은 근무일지에 작성하여 역무실에 보관되기 때문에 갑작스런 변동 사항이 생기면 거부할 수 없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데 고참은 쉬고 나만 근무한다는 말이다.

"오늘은 몸이 아프니 청소를 미루고 내일은 대청소를 하자. 식욕이 없으니 밥은 먹지 않기로 하고, 몸이 너무 안 좋은 것 같으니 오늘은 좀 오래 자볼까? 그럼 오늘은 아홉 시간쯤 잘 수 있겠네?"

이런 땡보스러운 휴학생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이 불합리하고 말도 안되는 시간 관리가 믿기지 않는다.

3. 그러나,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업무 시간

여기까지 읽고 D모사 D역이 엄청 빡세다고 예상하면 큰 오산이다. 업무 시간의 역무실과 승강장은 지극히 평안하다. 직원 및 공익 모두의 등 뒤에서 "퇴근하고 싶어!"의 오오라가 뿜어져 나온다.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고 누구나─신참인 나만 빼고─ 다른 짓을 한다. 심지어 업무 시간에 열심히 근무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이주일간 단 두 번, 총 20분 정도 컴퓨터를 만져봤을 뿐이다. OTL) 막연히 점심 시간은 엄청 짧겠지…… 듣던 대로 30분도 안 주려나? 라던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점심 먹고 와서는 한 시간 휴식은 기본이다. OTL (물론 나는 예외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할 업무는 그저 자리를 지키는 것이고, 시간만 되면 퇴근을 할 수 있다. 칼퇴근은 아무도 제지하지 않으니 업무 시간에 열심히 하고 칼퇴근을 하는 바보짓을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역시 쉬면서 널널하게 보내면서도 내 할 일을 짬짬이 했던 휴학생 시절이 떠오른다. (...)

말로만 듣던 "한심한 근무 형태"다. 이런게 가능한 회사, 바로 우리 나라에 있었다. 우오오오오.

4. 복무서약

휴학생 민군의 방에는 허접한 A4용지에 이런 말이 쓰여져 있었다. 힘내자! 라던가, 하는 식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말이. 그리고 D역의 역무실 벽에는 이런 글이 붙어 있다.

복무서약 -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복장은 단정히 하겠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한숨이 나왔다. (...) 기존의 공익들에 대한,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것을 이 역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5. 획일적인 인테리어

역무실에 들어오면 역 전체를 비추는 CCTV가 모두를 반기고, 역무실 벽에는 복장을 단정히 하라던가 하는 이런저런 제약이 붙어있? 역무실 직원들 책상 위에 담배를 털기 위한 종이컵이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없는 사람은 공익뿐인 듯 하다. 공익에겐 책상 따위 없다. OTL) CCTV─공익 자리─ 바로 뒤에 앉은 C모 부역장 책상에는 언제나 녹차와 종이컵이 놓여있다. 역장님 책상 옆에는 역장만의 특유복장(?)이 있지만, 8시 - 9시의 한 시간을 제외하고 역장이 그걸 입은 것을 나는 본적이 없다. 

승차권창고라고 불리는 소형 창고에는 지저분하게 널부러진 폐승차권 자루들이 흩어져있다. 이걸 모아서 잘 하면 폐품값으로 한 달 월급은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불행히도 함부로 가져갈 수 없다. ㅠ_ㅠ)

6. 요컨대 핵심은 시간낭비다.

라고 썼지만 이 생활은 굉장하다. OTL

염색은 당근 불가고, 귀걸이나 장발은 말년쯤에 허용된다. 얼마전 어떤 공익은 지난 달 월급을 다 털어 호일 파마를 했다가 머리를 밀었다고 한다. 오늘 아침엔 차내 근무하는 고참이 지나치게 머리가 길다고(...) 부역장이 이발비를 쥐어주며 머리를 밀고 오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리고 이 역의 기본 접미는 "~다", "~까" "이다. "~요"가 아니다. 이 것도 굉장히 생경스러웠는데, 거기에 기본 호칭은 "고참님"이다. 군기가 센 관내의 호칭은 "고참님"이라는 말을 전에 들어보긴 했지만, 역시 역에서 "고참님"이라는 호칭을 입에 담으니 이것, 굉장히 어색하다. (당연히 싫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직 이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간 나는 수십 시간 이상의 시간을 낭비했으며, 아무리 정리해도 노트 두 페이지도 되지 않는 업무 관련 정보를 정리했다. 1차적으로 ES(에스컬레이터)와 EV(엘리베이터)의 위치를 파악했으며, 첫차와 막차 시간을 외웠다. 역사 내의 셔터를 닫는 시간을 외웠으며, 앞으로는 계속 같은 일만 하면 된다.


이주일 동안의 감상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정말 시간이 아까워ㅠㅁㅠ

 

 

 

 

 ……랑둥넷(http://rangdoong.net)의 유하님의 글을 패러디. (...)
과장이 좀 심하기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진실에 가깝다. 재미를 위해 과장한 부분이 꽤 되기는 하지만, 실제로 내가 근무에 대해 배운 것은 이틀뿐이며 그외에는 동일한 일의 반복이었다. 간신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없는 시간을 만들어 책을 읽은 것과 몇 가지 설정들을 구상한 것. (그나마 역무실에서는 책도 읽을 수 없다)
……어떻게든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이토록 간절하게 든 것은 난생 처음이다. (...)

 

 P.S - 유하님, 기분이 나쁘시다거나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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