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함.

2005/11/12 13:22 from Days/일탈
4주간. 모든 것에 제약을 받으며 힘들다고 투정부리던 기간.
상상 이상의 답답함과 구속에 힘겨워하던 내게, 두 가지 힘이 되어준 것들이 있었다.


- 반년 이상이나 나가지 않았던 성당 과,

- 몰래 적어야하기는 했지만, 항상 주머니에 넣어두었던─비오는 날 훈련 받다 젖어버리기도 했지만─
메모지(라고 해봐야 노트를 찢어서 8등분ㆀ)와 펜, 그리고 나의 꿈.


첫 주차 일요일에 성당에 갔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 스스로 민망할 정도였다. 후반부에는 좀 덜 했지만, 첫주차는 정말 지독하게 답답했으니까. 스스로의 나태함으로 반년 이상이나 멀리 했던 신앙임에도, 내게 힘을 주었다는 사실이 묘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성가를 부르다가 목이 메이던 느낌. 잘은 모르겠지만, 등 뒤를 받쳐주는 무엇인가의 따스함.


초반에는 주말이 아니면 무엇인가를 적는 것조차 통제 위반이었다.
그럼에도 틈틈이 적어나갔던 나만의 이야기들. 컴퓨터와 키보드-라는 이름의 너무도 편리한 도구에 밀려 정말 오랜 기간 잡지 않았던 펜이, 어느 순간부터 부드럽게 종이의 여백을 휘달리던 느낌은 잊혀지지 않는다. 괴로운 하루를 마치고, 간신히 잠에 빠져든 내게 수많은 이야기들을 보여주던 나의 꿈. 구속이라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타의에 의한 구속, 감금은 솔직히 견디기 힘들어 하는 자신이기에─ 4주만 참으면 이 이야기들을,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다- 라고 자위하도록 도와주었던 꿈, 그리고 부드럽게 안겨왔던 필기구. 그것들의 행복함.


하지만 간사한 것이 인간이라던가.
퇴소가 다가올수록 작아지는 고마움. 그리고- 퇴소 이후의 마음의 변화. 나태.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의 나태함이겠지만, 스스로의 간사함에 가슴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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